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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우및환우회 | 2017년 01호
가슴 속 뜨거운 열정과 울림을 노래에 담아
가슴 속 뜨러운 열정과 울림을 노래에 담아 - 한유회 합창단 대표 이병림
글_이병림 한유회 합창단 대표 기자 | 2017-03-31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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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못해서 안 된다”-“못해도 괜찮다”우리 합창단의 신규 단원 모집 슬로건이며, 암 환우에게 함께 노래하자고 권유를 하면 항상 나오는 대화이다. 그렇다 우리합창단 입단자격은 여성 암 환우라면 무조건 OK! 그렇게 자칭 노래를 잘 못하는 사람들이 주로 모여서 매주 토요일마다 연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겁 없는 우리들은 전국 방방곡곡 병원에서의 공연은 물론 유명한 합창대회 및 일본과 홍콩에서도 암 환우들과 함께 공연을 하였다. 창단1년 후인 2006년 아무것도 모르고 참가한 미국 링컨센터에서 열린 세계 합창제. 2011년 “남자의 자격” 합창단으로 유명해진 KBS 합창대회 “더 하모니”에 출연 했을 때는 무대에 오르기 전 인터뷰에서 며칠 전 하늘나라로 떠난 단원 이야기가 나와서 눈물범벅인 채 오른 무대에서 목이 메어 노래는 제대로 부르지도 못했던 기억.
“여수 세계 합창제”에서는 대회장 밖 복도 모니터 에서 흘러나오는 다른 참가팀의 반주도 없이 아카펠라로 부르는 합창소리에 깜짝 놀라서 이미 마음은 무대를 떠나 내일 가기로 예정된 금오도의 “비렁길”로 가 있었다.
어머니의 유방암이 인연이 되어 창단이후 어언 11년 동안 함께 하고 계신 이건수 지휘자 선생님께서는 우리들의 기막힌 노래실 력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얼굴을 찡그리신 적이 없다. 우리 들이 힘든 내색이라도 하면 “걱정 말아요. 악보를 고치면 되니까...”하시면서 언제나 부르기 쉽게 만들어 주곤 하신다. 하지만 몇 년 전 파헬벨의 “캐논”은 1년 내내 연습했는데도 왜 그렇게 어려운지 무대에 설 때마다 처음 마주한 듯 부르곤 해서 앞에서 지휘하시던 선생님을 곤혹스럽게 만들어 드리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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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엊그제 있었던 일처럼 우리합창단이 벌였던 크고 작은 많은 행사들...
피아니스트 서혜경씨가 막 치료를 마쳤을 때, 대학로의 90석 규모의 자그마한 극장을 빌려서 “피아노 소나타 1987”소설 낭독회를 개최했었다. 소설에 나오는 피아노곡을 결연하게 연주하는 유방암 환우 피아니스트와 소설의 심오한 분위기에 인사만 하고 간다고 하셨던 노동영 박사님을 비롯한 여러 초대 손님들께서는 낭독회가 끝날 때까지 꼼짝 못하고 자리를 지켜야만 했었다.
그 후로도 유방암 환우 피아니스트인 서혜경 씨와 우리 합창단의 인연은 홍콩연주회까지 이어졌다. 역시 유방암 환우인 홍콩 여성 한인회장과 함께 서혜경씨와 우리 합창단 그리고 광주의 여성암 환우 합창단인 “백일홍”과 홍콩환우합창단이 함께 홍콩시티홀 무대에서의 공연을 계획하였다.
1년여가 넘는 준비 끝에 1부 순서로 한국과 홍콩의 여성암환우 합창단이 합창을 하고 2부에서는 서혜경씨의 피아노 연주가 있었다. 공연전날 처음으로 만난 이국의 환우들이었지만 음악과 서로의 애잔한 마음 가득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연습을 하고 함께 무대에 올랐다. 합창 후 전 단원이 서혜경씨의 피아노 반주로 2층 객석에서 “Amazing Grace”를 허밍으로 부를 때에는 가슴속 저 밑바닥으로 부터 뜨거운 무엇이 마구 올라왔다.
공연 다음날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트레킹코스인 ”드래곤 백“ 에서 95%의 습도와 30도를 훨씬 웃도는 날씨로 비 오듯 땀을 흘리면서도 여학생들처럼 하하 호호 마냥 즐거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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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지던 날, 박경희 단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저는 올가을, 유방암 수술을 한 지 10년째 예요.” “그래? 난 내년 봄이면 20년인데.”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마라톤처럼 이어지다 네팔의 히말라야까지 이르게 되었다.
히말라야에 오르내리는 내내 우리의 주제곡이 되기도 한 “I HAVE A DREAM.” 합창연습을 마친 뒤 ”올 10월에 우리 합창단이 히말라야에 가려고 하는데 갈사람?“ 암이란 친구와 만난 이후 암이란 놈을 떼어버리려면 산으로 가야한다고 등이라도 떠밀린 것처럼 삼삼오오 모여서 산으로 향하곤 했던 그러한 내공이 쌓인 결과였을까? 단장님의 한마디에 잠시 술렁이더니 10여 명가까운 인원이 모였다. 그런데 과연 우리들과 함께 갈 의사선생님은 있으실까? 며칠 뒤 우연히 노동영 박사님과의 점심식사 약속이 잡혔다.
단장님과 나는 ‘외래 환자를 하루에 200명도 넘게 진료하실 정도로 바쁜 박사님께서 2주간의 일정으로 히말라야에 가실 수 있을까?’ 생각하니 1%의 가능성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히말라야 일정표가 들어있는 봉투를 행여 다른 사람이 볼세라 슬쩍 건네며 ”박사님, 나중에 한번 읽어 보세요“하곤 후딱 일어서서 나왔다. 그런데 몇 시간 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 바쁘신 박사님께서 가시겠다는 연락을 주신 것이다. 그것도 평소 답신처럼 간략하게 ‘함께 갈게요’ 한 마디. 박사님께서는 우리가 매일 사용 하는 컴퓨터를 리셋 하듯, 하루하루 숨 가쁘게 살아오신 자신을 리셋하고 싶어 히말라야를 선택하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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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박 14일 동안 히말라야의 명성대로 일행 중 알러지와 경련 등으로 환자가 발생하여서 먼저 오르셨던 박사님을 두 번씩이나 두시간여의 산길을 뛰어내려오시게 했던 일. 우리가 오른 ‘랑탕-코 사인쿤드‘ 코스 중 가장 높은 봉우리인 5,003m의 체르코리를 오르던 날은 새벽 5시에 시작하여 한없이 계속 될 것만 같았던 고된 행군도 비록 한밤중인 밤 10시가 훌쩍 넘어서야 끝나긴 했지만 시작이 있으면 어찌되었든 그 끝은 꼭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다시 한 번 깨닫게 하였다.
4,000m를 넘는 봉우리들을 무사히 넘고 넘어 4,500여m의 ’코 사인 쿤드‘ 호숫가에서 “I HAVE A DREAM.”을 강풍과 감격으로 눈물콧물 범벅인 채로 9명 전원이 합창하였다. 히말라야 대장정 그 다음해에 어찌 보면 비슷한 과정인 암 투병기와 히말라야 등정기를 9명의 단원과 노박사 님이 ”핑크 히말라야“라는 예쁜 책으로 엮어 출간하였다. 그 후로도 일본의 3,000여m의 험산인 ’야쯔까 다케‘, 중국 ’운남성의 차마고도‘ 등 유방암환우들과 노박사님의 행군은 계속 이어지고 있으 며, 2017년에도 새로운 오지로의 산행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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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의 병원 무대에서 환우들과 함께하는 공연은 매번 무대 위 우리들이 먼저인지 무대 아래 환우들이 먼저 인지 물기어린 눈빛을 서로 주고받으며 비록 프로의 실력은 아니 지만 정성과 마음을 가득 담아 노래를 부른다. 지휘자 선생님 말씀으로는 처음 합창단에 들어올 때는 우울한 표정의 그녀가 매주 모여서 함께 연습하고 무대에서 누군가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달 하는 합창을 하게 되면서 미소 머금은 얼굴로 조금 씩 조금씩 변해간다고 하신다.
매년 실력향상과 꿈에도 그리는 수상을 위하여 전국의 합창대회 이곳저곳을 다니고 있지만, 성악전공자들이 다수 포진해있는 구립 합창단등과 100% 순수 아마추어들뿐인 우리 합창단의 경쟁은 애당초 성립이 안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박2일로 가는 버스 안에서까지 초치기로 연습을 하고 무대에 오르기 전, 서로 머리를 만져주고 예쁘게 화장을 해주면서 평소 입어보지 못한 드레스로 성장을 하고 대기실에서도 노래를 흥얼거리는 즐거운 시간들. 무대에서 내려온 후, 그래도 행여나 혹시나 이번에는 하면서 손에 땀을 쥐며 초긴장 상태로 발표를 기다리다가 쪼끔은 허망하게 웃으며 “그래도 우리는 그 어느 팀보다도 즐겁고 행복하게 노래했어!” 이 한마디에 다시 가방을 챙기며 또 다른 합창대회를 꿈꾼다.
새해에도 강릉 동인병원에서의 공연, 그 후 성남아트 홀에서의 공연 등 우리들이 찾아가야할 많은 공연들이 있기에 돌아오는 토요일 합창연습시간이 무척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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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암매거진 2017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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