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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상영된 공상과학(SF) 영화 ‘엘리시움’을 보면 백혈병 걸린 아이가 가정집에서 CT나 MRI처럼 생긴 곳에 누워있고 첫번째 스캔을 통해 백혈병의 진행 정도를 진단하고 두번째 스캔을 통해 백혈병을 치료하는 장면이 나온다. 비록 공상과학영화이지만 미래 의학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었기에 인상이 깊었다.
또 7년 전에 ‘환자중심의 미래병원’이라는 주제로 대한병원협회에서 열었던 국제행사가 있었는데 그때 초청됐던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는 앞으로 인터넷 원격진료의 활성화로 10년 내에 현재와 같은 병원이 사라질 수 있다고 언급을 하기도 했다.
즉 인터넷을 통해 대부분의 질환을 집에서 진찰·치료받고 심각한 질환일 경우에만 병원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비록 크리스텐슨 교수의 미래 전망은 원격진료가 국내 정치적인 문제와 대한의사협회의 반대로 인해 당장은 현실화되기 어렵게 됐지만 언젠가는 가야 될 방향으로 보인다.
또 최근엔 신생병원을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여러 변화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다보스 포럼에서 ‘4차 혁명’이 라는 용어가 화두가 되면서 그 여파가 사회 곳곳에 미치고 있는 것. 알파고에서 시작된 인공지능도 사실 의료계에선 큰 관심사다.
특히 의료계에선 가천대 길병원이 지난해에 알파고와 맞먹는 왓슨을 국내에 첫 도입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열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올해 1월에는부산대병원이, 3월에는 건양대병원에서도 왓슨을 도입한다고 밝히면서 그 열기를 더했다.
왓슨은 60만 건의 연구논문, 환자 150만 명의 기록 등을 기반으로 환자 증상과 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적합한 치료법을 알려주고 있다. 왓슨을 이용해 진단을 내리는 미국 5개 병원의 암 진단 정확도는 82.6%로 알려져 있다. 암 전문의의 초기 오진율이 최고 44%에 달한다는 점에 비춰본다면 그 정확도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왓슨은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의료기기가 아닌 ‘의료용 정보 검색 기’로 분류돼 임상시험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왓슨이 암 환자에게 치료법을 추천하는 과정은 인간 의사와 비슷하 다. 환자의 나이와 체내 종양 분포, 중증도, 과거 진료 기록 등 정보를 고려해 그간의 진료 경험, 의료계가 내놓은 연구 자료와 대조하는 방식이다. 치료법 후보는 항암요법, 호르몬요법, 수술, 방사선 치료 등 4가지 분류에 따라 제시한다. 생존율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치료법은 초록색, 차선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건 노란색,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추천하지 않는 건 붉은색으로 표시한다.
왓슨의 강점은 전 세계적으로 하루 평균 122건씩 새로 발표되는 방대한 분량의 암 논문을 실시간으로 수집해 활용한다는 것. 하지만 인공지능 왓슨 등을 활성화 시키려면 아직은 시간이 많이 걸릴 듯하 다. 우선 길병원이나 부산대병원, 건양대병원 경우 왓슨을 사용하 려면 사용자 및 사용횟수가 제한 돼 있다. 또 왓슨을 도입하고 사용 하는데 만 연간 수 억 원의 비용을 IBM측에 지불해야 된다.
또 왓슨이 학습한 내용은 국내 환자가 아닌 수많은 외국인 데이터를 활용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동양인 암 치료 접근에 맞지 않는 부분도 일부 있다는 점이다. 하루 빨리 국내 환자 데이터를 이용해 제 2의 왓슨을 학습을 시켜야 하는 이유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왓슨이 환 자의 상태를 파악해서 최적의 암 치료법의 대안을 내 놓는다고 하지만 아직은 세계적으로 유전학적인 데이터까지 확보는 덜 된 상황.
즉 환자 고유의 유전자를 분석해서 유전자체 따른 맞춤형 항암치료가 가장 이상적인데 아직까지는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엔 빅데이타를 분석해서 병원에 병실과 수많은 환자들을 관리 하는 시스템도 외국과 국내에서는 도입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가령 미국에서 가장 바쁜 병원 중 하나로 손꼽히는 뉴욕 맨해튼의 마운트 시나이 병원은 매년 약 6만명의 입원환자 및 53만명의 외래환 자가 다녀가는 곳이다. 환자 수가 많은 만큼 새로운 환자를 배치하 거나 기존 환자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병원은 이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오토베드’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오토베드’는 빅데이터를 통해 응급실과 병실의 환자 현황을 실시 간으로 파악하는 디지털 시스템으로 최대 80개의 병상 배치 요청을 동시에 처리하고, 1200개의 병상을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만들었 다. 이 오토베드는 전자의료기록을 바탕으로 환자 분류를 돕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간호실과 가까운 병실에 배치돼야 하는 환자’ 등개별 환자의 특징을 15가지로 분류해 병상을 배치하고 있다. 이 병원은 6주간 오토베드를 운영하면서 응급실 환자 절반 이상의 대기 시간을 1시간 가량이나 줄였다.
국내 병원에도 최첨단 헬스케어 빅데이터 솔루션이 이미 도입됐다.
병원은 수시로 수술이 진행되고 수백 명의 환자가 전력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기 때문에 정전 상황을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아주대병원은 병원 내 정전 예방을 위해 24시간 병원의 “무정전 전원 장치”를 모니터링하는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원격모니터링 서비스(RMS)를 도입해 주목 받고 있다. 이 시스템은 인도, 미국, 유럽 등 세계 각지에 위치한 센터에서 24시간 병원 내 서버를 모니 터링하고 문제가 감지되면 이를 현지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 다.
또 한림대 성심병원 응급실과 보라매병원 응급실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환자에게 편리성과 치료의 효용성을 극대화 하고 있다. 즉 타병원과는 달리 응급실의 병상 현황과 환자들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를 커다란 모니터에 현황 파악을 한 눈에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따라서 보호자가 환자가 지금 진료 상태인지, 혈액검사를 받고 있는지 영상검사를 받고 있는지 등의 현재 상황을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
더구나 한림대 성심병원의 경우 주중에 환자들이 몰리는 시간대를 빅데이타로 분석해서 그 시간대에 몰리지 않도록 환자들의 진료 예약을 분산시키는 프로그램도 개발해서 운영 중이다. 그 덕분에 주차할 공간이 생기면서 환자들이 차를 주차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줄였다. 환자에게는 좋은 정보와 편리성을 제공하고 병원은 매출을 늘리는 윈윈 전략인 먹힌 것이다.
최근엔 세계적인 정보기술(IT)기업들이 합류해 병원 밖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의 건강 상태를 관리해주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즉 아이폰 기반의 헬스케어 플랫폼인 ‘헬스킷’은 일종의 건강 정보 수집 도구로 사용자의 건강 상태와 운동 기록을 추적해 기록 한다. 헬스킷을 잘 이용하면 의사는 환자의 혈압, 체중, 심박수 등과 같은 기본적인 건강정보를 원거리에서도 확인하고 문제가 발생 하기 전에 대처할 수 있다. 2015년 기준, 미국 내 주요 병원 14곳이 애플의 헬스킷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협상 중이다.
마지막으로 한양대병원 부산대병원 경북대병원에서는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진료 예약 및 수납 그리고 길 안내까지 스마트폰으로 가능한 앱을 도입해 환자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앱의 사용은 갈수록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 큰 종합병원에서는 자체적으로 이러한 앱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병원의 헬스케어는 더욱 스마트하고 편리하게 바뀔 전망이다. 또 병원이 그렇게 변화를 거듭하지 않으면 환자들이 더 이상 찾지 않아 결국 병원은 도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소위 4차 혁명의 더 큰 의미로 불리는 ‘지능정보사회’는 산업계뿐만 아니라 의료계에서도 이미 시작된 셈이다.
이진한 동아일보의학전문기자
대한암협회 이사